본문 바로가기

그림책

(58)
‘경청’의 중요성,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제발_하인츠 야니쉬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제발 글 하인츠 야니쉬 그림질케 레플러 상상스쿨, 2010 하인츠 야니쉬는 글을 썼고, 그림 작가는 따로 있다. 개인적으로는 글 그림을 한 작가가 쓴 경우를 더 선호한다. 그림책은 그림과 글이 어우러져 나오는 장르 같기 때문이다. 글과 그림이 서로 보완하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글과 그림의 저자가 각기 다른 경우는, 왠지 그림이 글을 보여주는 것 이상이 없을 때가 많다. 그러니까, 그림이 없어도 글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거다. 제목부터 너무 끌리는 책.ㅎㅎㅎ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내 말 좀 들어봐”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스스로의 감정을 말하는 기회가 생각보다 없으니까. 직장을 다닐 때를 떠올려보면, 일적으로 대화하거나 구입을 위해 말하는 것 말고는 딱히 말하지 않고 하루를 보..
이름은 중요하지 않아, 스몽스몽_소냐 다노프스키 스몽스몽 소냐 다노프스키 책빛, 2019 제목부터 특이한 그림책이 있다. 스몽스몽, 제목에 대한 자세한 설명 같은 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읽다 보면 주인공의 이름이 ‘스몽스몽’임을 알게 된다. 그림책은 시종일관 이런식이다. 스몽스몽은 곤곤별에 살아요. 폰폰 옆에서 동동과 롱롱이 무럭무럭 자라요. 우리는 폰폰이 뭐지? 라는 물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책은 이건 무엇이야, 라는 설명을 하지 않는다. 동동은 동글동글, 과 같은 말장난 같은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게 뭐지, 하면서도 계속 읽게되는 느낌. 개인적으로는 서사가 분명한 걸 좋아하지만 그림책을 읽으면서 그런 기준을 모두 내려놨다. 누가 무슨 이유로 이랬다, 그런데 어쩌고 저쩌고 식의 육하원칙 또렷한 이야기는 나의 상상력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니..
반은 늑대, 반은 양, 마음만은 온전히 하나인 울프_알렉스 라티머 외 반은 늑대, 반은 양, 마음만은 온전히 하나인 울프 알렉스 라티머 외 소원나무, 2017 늑대 아가씨와 양 총각을 만났을 때. 늑대 아가씨가 양 총각에게 반해 결혼을 하게 된다. 둘이 결혼한 것도 깜놀인데, 아들까지 낳는다. 반은 늑대, 반은 양인 아들, 울프. 울프는 처음에는 늑대들과 어울리려 털도 밀고 괜히 토끼에게 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자신에게 맞는 옷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다시 양이 되기 위해 양무리에 낀다. 털을 더 하얗게 칠하고 귀도 풀로 붙인다. 괜히 다른 양들 꽁무니를 쫓고 의미없는 행동을 따라하지만 역시나 행복하지 않다. 자신의 정체성 고민에 빠진 울프. 그는 양도 늑대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부모는 그가 양도 되고 늑대도 되는 존재라고 말한다. 우리 안에 있는 양..
고양이가 그리워한 생쥐_조반나 초볼리 고양이가 그리워한 생쥐 조반나 초볼리 (나무생각, 2016) 고양이의 생쥐를 향항 찐 우정에 대한 이야기다. 생쥐를 좋아하는 줄무늬 고양이가 있다. 어디를 가나 생쥐를 생각하고, 한 마리부터 수십 마리까지 생쥐들을 떠올리느라 고양이는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마치 사랑엥 빠진 것과 같다. 친구들이 찾아와도 나갈 수 없다. 낚시도 산책도... 생쥐를 떠올리느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생활은 생쥐를 그리워하는 게 전부다. 생쥐는 다 똑같이 생긴 것 같지만 고양이에게는 각기 다르다. 하는 짓부터 생김까지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한 마리의 생쥐가 기억이 안 난다. 고양이는 그 생쥐를 떠올리느라 애를 쓰지만, 어떻게 해도 생쥐는 희미하고 마음은 있지만 형상이 불투명한 것이다. 그 생쥐가 ..
상상의 세계로 데려가주는, 마법 침대_존 버닝햄 마법 침대 글/그림 존 버닝햄 시공주니어, 2003 조지는 어느날 아빠와 침대를 사러 간다. 조지는 가구점에서 낡은 침대를 하나 골라 아빠와 집에 돌아온다. 주문을 외우면 다른 세계로 데려간다는 침대. 하지만 아무리 주문을 외워도 침대는 꼼짝을 않는다. 이것저것 주문을 해보던 어느날, 침대가 덜컹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침대는 조지의 좋은 친구가 되고, 조지는 잠을 자러 가는 걸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할머니가 조지가 없는 사이 침대를 처분해 버리고 만다. 깜짝 놀란 조지는 자신만의 침대를 찾고, 다시 침대와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어린 시절 우리는 물건에 특별함을 느꼈다. 내게 처음 생긴 인형, 베개 등등. 그렇게 물건에 느낀 애착은 그것이 낡고 더러워져도 끝나지 않는다. 작은 것에 느끼는..
어색하기만 한 세상아, 안녕_마리 칸스타 욘센 안녕 마리 칸스타 욘센 책빛, 2019 2017 볼로냐라가치상 수상작이다. 우리나라의 여러 그림작가도 탄 상인데, 그림이든 이야기든 뭔가 특이한 구석이 있더라. 글이 하나도 없는 그림책이라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니, 이제부터 스토리는 내가 그림을 보고 파악한 이야기를 하는 거다. 한 여자애가 학교에 갔는데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하여 외롭고 쓸쓸하게 보내던 아이는 집에서 멀리 반짝이는 빛을 보고 길을 떠난다. 반짝이던 것은 빛나는 토끼들. 토끼와 놀다 그중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온 소녀. 토끼와 있을 때는 왠지 힘이 난다. 학교에서도 빛나는 토끼로 인해 아이들의 주목을 받고 하나 둘 소녀에게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토끼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고, 소녀도 자신만을 위해 토끼를 데리고 있을 수 없..
세상아, 모두모두 고마워_이소라 모두모두 고마워 이소라 별글, 2016 귀여운 그림체의 그림책 하나. 꼭 빨간모자 쓴 아이랑 비슷한 이야기다. 집안에서 화초를 가꾸며 놀던 아이가 창밖의 세상이 너무 재밌어 보여서 나가게 된다. 그리고 만나는 친구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 그 대가를 하나씩 받아온다. 토끼에게는 똥을, 다람쥐에게는 다람쥐를, 곰은 흙을 주는 식이다. 그렇게 받아온 것들을 섞어서 집에 두니까 또 하나의 식물 친구가 생겼다는 이야기. 그냥 세상 맑고 밝은 이야기. 그림도 작고 귀여워서 하나의 엽서 같다. 동화는 기본적으로 밝아야겠지만, 나는 뭔가 더 생각하고 결론이 없는 얘기도 좋다. 내 마음대로 답을 낼 수 있는 얘기들이나 읽은 사람 마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얘기 같이. 하지만 이렇게 사랑스러운 그림책은 그냥 한번 읽는..
특별한 것을 지키는, 릴리의 눈물 이야기_나탈리 포르티에 릴리의 눈물 이야기 나탈리 포르티에 어린이작가정신, 2006 특별한 분실물 센터를 운영하는 릴리 아가씨의 이야기. 릴리는 사람들에게 분실물을 찾아준다. 사람들은 열쇠를 찾으러 오고, 때로는 잃어버린 유권자의 표를 찾으러 오기도 한다. 세상에 이런 분실물 센터가 있다면 좋을 듯. 표정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동화는 작은 단어에서 큰 생각까지 이어진다는 게 매력이다. 분실물 센터에 표정이나 눈물을 잃어버린다는 생각이 상상력인 듯. 릴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걸 잃어버리니 직원을 한 명 더 고용한다. 오귀스탱은 정치가였으나 릴리가 더 중요한 일을 한다는 생각에 그녀와 함께 일하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찾아가지 않는 물건들로 분실물 센터는 포화가 되고, 특히 사람들이 두고 간 눈물 때문에 걱정이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