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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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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인이 필요해, 프레드릭_레오 리오니 프레드릭 레오 리오니 시공주니어, 2017 그림책으로는 꽤 유명한 레오 리오니. 네덜란드 작가고 단순명료한 그림을 그린다. 내용은 아주 심오하기 보다는, 생각의 꺼리를 던저주는 느낌이랄까. 그녀의 책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녀가 만든 캐릭터가 정형화되지 않고 특별한 느낌을 주기 때문인 것 같다. 프레드릭은 생쥐다. 저 한켠에서 친구들이 열심히 일할 때, 베짱이마냥 멍하니 있는 녀석. 이건 개미와 베짱이의 생쥐 버전일 수도 있다. 아무튼 혼자 놀던 프레드릭. 일도 안 하면서, 그는 햇살을 저장한다는 둥 이상한 말이나 하고 있다. 착한 친구들은 겨울이 와도 프레드릭을 쫓아내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개미와 베짱이는 너무 잔인하다. 대신 친구들은 프레드릭에게 그동안 고이 모았던 햇살과 이야기를 나눠달라고 말한다...
날카로운, 관계의 조각들_마리옹 파욜 관계의 조각들 마리옹 파욜 (북스토리, 2017) 마리옹 파욜은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일러스트레이터 중에 하나라고, 뒤에 작가 소개에 써있었다. 그림은 단순하지만 내용은 결코 단순하지 않은... 보기와 다른 뭔가가 꼭 있기 마련인 프랑스 음식 같은 책이라고나 할까. 그림책이다. 글은 하나도 없지만 제목을 이정표 삼아 그림을 보게 된다. 그림에서 제목의 의미를 찾기도 하고, 제목과 다른 그림의 이유를 찾아보기도 한다. 풍부한 상상력, 생각, 의문이 생기는 책이다. 우리 나라의 정유미 작가의 그림책을 생각하면 어떨까 싶다. 하지만 정유미 작가의 책은 더 여성적이고, 날카롭다는 느낌이다. 어디서든 강추하고 다니는 정유미 작가의『연애놀이』. 『연애놀이』가 여성 중심에서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다면, 『..
사과에 관한 단상, 이게 정말 사과일까?_요시타케 신스케 이게 정말 사과일까? 요시타케 신스케 (주니어김영사, 2014)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책 시리즈. 초등 저학년을 위한 그림 동화다. 이번에는 사과에 대한 아이의 무한 상상력을 펼쳐본다. 작가는 일상적인 것들을 새롭게, 동심으로 바라보는 탁월한 통찰이 있다. 사과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에서 그의 장점이 드러난다. 아이가 우연히 발견한 사과. 아이는 사과에 대한 엉뚱한 생각을 시작한다. 우리가 어려서는 아무것도 아닌 걸 갖고도 몇 시간씩 놀곤 했는데, 그건 사물을 나름대로 인식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던 것 같다. 더는 새로운 게 없다고 느끼면서 우리는 시큰둥해진다. 하지만 이렇게 사과 하나만으로도 많은 걸 상상할 수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신기하고 멋진 곳이 될까. 아이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그리고 눈..
세상 가장 싱거운, 백주의 결투_마누엘 마르솔 백주의 결투 마누엘 마르솔 (로그프레스, 2018) 이렇듯 다양한 그림책이 번역출판되고 있다는 게 좋다. 인디언과 한 남자의 결투를 그리고 있는데, 꽤 두껍다. 하지만 글은 열댓 문장 정도만 있다. 이렇게까지 고급일 필요가 있나 싶게 만들어져서 2만원이다. 인쇄 퀄리티도 하드커버도 아주 신경 쓴 티가 난다. 딱 봐도 서부극의 한 장면 같다. 카우보이와 인디언이 작은 냇가를 사이에 두고 마주섰다. 결투를 해야 하는데, 자꾸만 다른 게 눈에 들어온다. 마치 굳이 싸울 이유가 없다는 듯이. 싸우겠다는 사람들이 "조심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를 걱정하면서 결투를 기다린다. 그러다 버팔로 때문에 둘은 함께하게 되고 결국은 친구가 된다. 함께 검은 하늘을 바라보며 누운 걸 보면, 결투가 진짜 하찮은 일처..
천국에 대한 가장 행복한 상상_요시타케 신스케 이게 정말 천국일까? 요시타케 신스케 (주니어김영사, 2014) 아주 사소해 보이는 일들에서 생각을 확장시키는 동화다. 저학년용 동화라고 하는데, 어린이용 철학서에 가깝다고 본다. 아주 심오한 얘기를 구구절절 늘어놓진 않지만, 다분히 철학적인 주제를 깊이 있게, 하지만 쉽게 다루고 있다. 할아버지를 잃은 아이가 할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하면서, 죽음과 죽은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주 거창한 얘기 같지만 위트 있고 그럴 법한 재미난 상상들이다. 아이의 시선에서는 천국, 죽음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아이는 할아버지가 여행을 가듯, 어딘가로 떠났다고 생각한다. 어디로 떠났을까. 할아버지가 떠났다는 천국의 이미지는 무한한 상상으로 자라난다. 죽음이 심각하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어린아이한테는..
도시에서 지혜로운 멧돼지로 살기_권정민 지혜로운 멧돼지가 돼기 위한 지침서 권정민 (보림, 2016) 멧돼지 가족이 터전을 잃고 도시에서 새로운 터전을 찾는 이야기다. 멧돼지 가족은 난개발로 하루아침에 집을 잃었지만 좌절하지 않는다. 애기도 셋이나 있다 하지만 도시에서 집을 찾는 건 결코 만만하지 않다. 그들의 세상과 다른 곳에 적응해야 한다. 마침내 집을 차지하게 된 멧돼지 가족.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우선은 축하할 일이다. 그들처럼 집을 잃어버린 친구들을 초대한다. 우리가 뺏은 동물들의 터전이 안타깝다. 예전 산동네에서 쫓겨나던 사람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먼지 아이;dust kid_정유미 먼지 아이 ; Dust Kid 정유미 (컬쳐플랫폼, 2009) 꾸준히 여성의 일상과 내면에 대해 작품을 만들어내는 정유미 작가. 이력을 보니 그림과 영상을 함께 배웠더라. 작가의 유명책은 애니메이션도 있던데, 그래서 그런가 보다. 기본적으로 그림을 위해 책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그리고 있는 것 같다. 잠에서 깨어 한발씩 침대 밖으로 내미는 여성. 여자는 집안을 청소하면서 테이블 밑, 침대 밑, 화장대 등 집안 곳곳에서 먼지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집안을 샅샅이 살피는 여성만이 발견할 수 있는 먼지 뭉치. 그 먼지 뭉치는 어딘가 여성과 닮아있다. 그걸 작게 굴려서 버리는 여자. 열심히 치워도 먼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작가는 책 뒤에서 사라지지 않는 먼지가 자신의 걱정, 불안 ..
동물을 다르게 보는, 동물원_앤서니 브라운 동물원 앤서니 브라운 (논장, 2002) 한 가족이 동물원에 놀라간다. 우왁스러운 아빠, 감상적인 엄마, 티격태격하는 형제. 아빠는 자기 마음대로 굴고 엄마는 동물원이 재밌지 않다. 아이들은 배가 고프고 계속 싸우기만 한다. 형제들 있는 집의 모습 그대로다. 동물들을 더 볼수록, 동물처럼 사람도 지쳐 간다. 서로가 하나도 재밌지 않은데 왜 동물원이 존재하는 걸까. 사람이 갇힌 건지 동물이 갇힌 건지 모르겠는 상황... 앤서니 브라운은 우리에게 익숙한 광경을 다시 보게 한다. 동물원의 갇힌 동물들을 보고 느끼는 죄책감. 우리가 동물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