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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서로 다른 곳을 보는, 연애놀이_정유미

애놀이

정유미

(컬쳐플랫폼, 2017)

 

정유미 작가의 그림책이다.

연애에 관한 여러개의 에피소드가 묶인 책이다.

연애를 놀이로 명명한 작가는

에피소드도 소꿉놀이, 술래잡기 등 놀이에 착안해서 만들었다.

어쩌면 연애라는 게임에서 우리는 다 어른아이가 되는 거니까.

 

두 남녀가 만나 네모난 공간을 그어놓고 연애놀이를 시작한다.

연애를 구구절절 말하지 않고 이렇듯 과감하게 보여주는 게 흥미롭다.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병원놀이'를 소개해 보자.

책은 연애의 시작부터 하나씩 에피소드를 풀어내는데,

병원놀이는 짐작이 가겠지만 연애 후반부에 나온다.

여자가 어디가 불편한 듯 몸저누웠다.

남자는 청진기를 꺼내 여자를 관찰하고,

손수건, 알약(사탕), 주사기 등을 꺼내 여자를 되돌리려 애쓴다.

0123

안타깝게도 잘 낫지 않는 여자, 남자는 붕대를 꺼내 여자를 고치려 든다.

남자가 감은 붕대에 눌려 결국 울음을 터뜨리는 여자...

여자가 무너지고 마는 모습, 무기력하게 앉은 남자의 등이 안타깝다.

손수건은 처음 남자가 여자를 위로할 때 썼던 방법이다.

손수건만 만지작 거리는 모습에서 어딘가 어긋나버린 둘의 감정이 느껴진다.

연애의 끝은 나오지 않는다.

연인이 고정된 틀을 벗어나 걸어가는 것으로 책은 끝나는데,

이후 그들이 해피엔딩이었는지 그 반대였는지는 알 수 없다.

 

여성의 삶의 심리묘사에 탁월한 작가의 재능이 잘 녹아든 책인 것 같다.

'나의 작은 인형 상자'가 좀 더 상징적이었다면

'연애놀이'는 더 세밀하고 복잡미묘하다.

한번쯤 뒤를 돌아보게 하는 좋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