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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일제시대 어린이 동화책 ‘엄마 마중’_이태준

엄마 마중

이태준

 

일제시대에 쓰여진 동화이다.

이태준은 1946년 월북했는데, 

일제시대 유명한 작가이자 문장가이다.

어린이책을 많이 썼는지는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됐다.

이걸 보고 느낀 건, 역시 글은 다 통하기 때문에

장르를 가리지 않고 출중할 수 있는 모양이다.

이태준은 대학 때 문장 관련해서 더 얘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문장강화’는 문학 관련 전공자들한테는 필독서 중 하나다.

실제로 일제시대 정지용과 쌍벽을 이루던 문학가였고 신문사에서도 일했다.

백석처럼 월북했다는 것 때문에 좀 등한시된 면이 있다.

 

이태준의 동화 ‘엄마 마중’은 아주 단순하지만 정서가 살아있다.

마치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와 비슷한 정서이다.

단순하고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지만

당시 시대상과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가족애가 모두 드러난다. 

‘아가’는 추운 겨울에 엄마를 마중 나온다.

도시에 사는 아이는 돌봐줄 이도 없는 것 같다.

아래는 전차가 다니는 거리니까 수도권일 것 같다.

그때도 저렇게 전깃줄이랑 전봇대가 있었던가, 싶더라.

 

 

아무튼 아가는 대여섯 살이나 될까 싶다.

어떻게 알고 가는지 엄마를 마중 간다.

엄마에게 업힌 아이와 아가의 신세가 대조된다. 

 

 

사람들은 떠나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정류장으로

저 멀리 꿈결처럼 전차가 다가온다.

 

 

아가는 차장에게 다가가 묻는다.

“우리 엄마 안 오?”

이 말은 두 번 더 반복된다.

아이의 짧은 문장에서 귀여움과 함께 애잔함이 느껴진다. 

 

 

차장 아저씨에게 꾸중도 듣고, 무시도 당한다.

한 아저씨는 위험하니 꼼짝 말고 기다리라 말해준다.

그러니 아가는 얌전히 서서 다시 엄마를 기다린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는데 아가는 아직도 엄마를 기다린다.

이때부터 읽는 사람은 슬슬 불안해진다.

엄마가 안 오는가??

그런 슬픈 결말의 동화인가?? 하면서 말이다.

제발 엄마가 왔으면 하고 찐 안타까움도 느낀다. 

 

 

아가의 코가 시뻘개지니 비관적인 생각이 든다.

엄마가 안 오나보다 하면서...ㅜㅜ;;;

 

 

게다가 이후부터는 계속 배경 그림만 펼쳐진다.

추운데, 해도 졌는데, 이제 전차도 안 오는데, 눈까지 내린다. 

그런 슬픈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마지막 그림에 작게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가가 보인다.

아가와 엄마가 눈이 펑펑 내리는 길을 다정하게 걸어간다.

사실, 아가의 엄마가 왔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엄마 손을 잡은 아가가, 아까의 그 아가라고

너무나도 믿고 싶어진다.

이것 또한 좋은 문학의 힘이다.

허구의 인물이라는 걸 알지만 그 인물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이야기나 인물은 허구지만 읽는 사람의 바람은 대개 ‘진심’이다.

누가 알아준다고, 굳이 ‘엄마가 왔으면’하고 거짓 바람을 하겠는가.

그러니 좋은 이야기를 읽으면,

우리는 이렇게 좋은 정서와 감정을 진짜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느낌이 많아진다면,

꼭 가까운 누군가가 아니더라도 진심으로 대할 수 있게 된다.

자주, 연습해본 마음이니까. 

 

 

이 책의 그리도 너무 인상 깊었다.

약간 박수근 비슷하기도 하고...

김동성 그림 작가라고 하는데 이 작품으로 큰 상도 받으셨더라.

아래 작업 일지라고 해야 하나, 그런 영상이다.

한번쯤 보는 것도 좋을 듯~

 

https://youtu.be/Lv9Mj9WCIOo

 

전차 정류장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아가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추워서 코가 새빨간 아가가 아장아장 전차 정류장으로 걸어 나오는 귀여운 모습, 오는 전차마다 갸웃하며 차장에게 '우리 엄마 안 오?'라고 묻는 천진한 모습, 한자리에 서서 꼼짝 않고 엄마를 기다리는 안타까운 모습이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그림들로 펼쳐집니다. 
이 책은 결국 엄마를 만나지 못하는 아가의 이야기로 끝이 나지만, 마지막 그림을 주목해야 합니다. 엄마와 손을 잡고 골목길을 걸어가는 아가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이 아가의 바람인지 실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래서인지 이야기에 더 큰 여운과 감동을 줍니다. 옛 시절 거리 위로 전차가 다니던 모습과 그 속의 사람들의 모습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 일으킵니다. 
[예스24 제공]
이태준
1904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나, 1909년 망명하는 부친을 따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주했다가 그해 8월 부친의 사망으로 귀국하였다. 1912년 모친마저 별세하자 철원의 친척집에서 성장하였다. 1921년 휘문고등보통학교에 입학했으나 동맹휴교의 주모자로 지적되어 1924년 퇴학하였다. 
1924년 학교 신문 [휘문 2호]에 단편동화 「물고기 이야기」를 처음 발표했다. 1925년 문예지『조선문단』에 「오몽녀」가 입선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27년 신문·우유 배달 등을 하며 ‘공기만을 먹고사는’ 궁핍한 유학생활을 청산하고 귀국,『개벽』과 『조선중앙일보』의 기자, 『문장』지 편집자로 활동하였다. 1933년 박태원·이효석 등과 함께 ‘구인회’를 조직하였다. 1934년 첫 단편집 『달밤』 출간을 시작으로 『가마귀』, 『사상의 월야』, 장편소설 『해방전후』 등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1930년대 전후에 아동잡지 [어린이]에 발표한 많은 동화들은 여전히 많은 어린이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고 있다. 해방 후에는 문학가동맹, 남조선민전등 조직에 참여하다가 1946년 월북하였다. 
‘구인회’ 활동 과거와 사상성을 이유로 임화, 김남천과 함께 가혹한 비판을 받고 숙청되어 함흥노동신문사 교정원, 콘크리트 블록 공장의 파고철 수집 노동자로 전락하였다. 정확한 사망 시기는 알 수 없으나 1960년대 초 산간 협동농장에서 병사하였다는 설이 있다. 저서로 단편소설집 『달밤』 『가마귀』 『복덕방』 『해방 전후』 『구원久遠의 여상女像』 『딸 삼형제』 『사상思想』, 수필집 『무서록』, 문장론 『문장강화』 『상허 문학독본』 등이 있다.
[예스24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