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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이상한 화요일’에 생긴 일_데이비드 위즈너

이상한 화요일

데이비드 위즈너

비룡소, 2002

 

글이 거의 없는 그림책이다.

책장을 넘기면 바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단도직입적이고 독특한 그림책!

화요일 저녁 8시에 갑자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그림처럼 개구리들이 연잎을 타고 날기 시작한 것이다!

ㅎㅎㅎㅎ

어딘가 비장한 모습의 개구리들,

거북이도 놀라 목을 움츠린다.

 

 

바람을 가르고 개구리가 일제히 가는 곳이 어딘지

책을 읽으면서 궁금증을 갖게 마련이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할머니의 거실,

개구리들이 다같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문틈으로 깜짝 놀란 고양이의 표정이 실감난다.

할머니들이 TV 켜놓고 자는 건 어디나 같은가 보다. 

 

 

해가 뜰 무렵 개구리들이 헐레벌떡 도망을 간다.

얼마나 급했던지 개구리들이 넘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깨기 전에 어서 제자리로 가려는 듯하다.

 

 

하지만 개구리들의 이동은 흔적을 남기고,

사람들은 궁금증에 빠진다.

또, 날으는 개구리를 봤다는 사람도 등장한다.

하지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아마 할머니네 집 고양이만 알지 않을까. 

 

 

그리고 다음 주 화요일,

이번에는 돼지가 날기 시작한다!

돼지들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남기고 끝난다.

 

 

무척이나 단순하지만 바로 비상식의 세계를 여는 그림책.

이러쿵 저러쿵 원인결과를 밝히는 이야기도 많지만

이렇게 바로 사건이 발생하고 

모든 원인은 개인 상상력에 맡기는 그림책도 있다.

무엇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그건 개취니까.

하지만 이렇게 그림이 많을수록 상상의 폭은 넓어진다.

책에 있는 모든 빈 공간을 독자가 채울 수 있으니까.

‘글’은 생각에 어떤 프레임을 더한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소설 같이 서사로 이뤄진 글에서도 

상황을 설명하기 보다 보여주는 글을 좋은 글이라고 여긴다.

그림책은 너무 선명하게 장면을 제시하기 때문에

독자의 상상을 제한하는 것 같지만,

또 다르게 보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도 있다.

마지막에 결말은 열려 있으니까.

따지면 이런 그림책은 다른 이야기로 가는 다리와 같다.

돼지들이 어디로 가는 걸지는 개인에 따라 다를 테니까.

예전에는 권선징악, 교훈을 주는 책을 좋다고 여겼지만

이제는 그런 공식은 거의 무너진 것 같다.

때로는 이렇게 이야기의 요소 대부분을 공란으로 두는

독자의 참여를 극대화하는 이야기가 선호되기도 한다. 

 

1991년 칼데콧 수상작

일상적 질서의 일탈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

 

두 번의 칼데콧 상 수상과 한 번의 칼데콧 아너 상 수상 경력을 가진 데이비드 위즈너의 첫 번째 칼데콧 수상작이자 수많은 상의 수상작인 『이상한 화요일』이 비룡소에서 출간되었다. 상식을 뛰어넘는 놀라운 상상력은 공상의 대가인 데이비드 위즈너의 큰 장점이자 특징이다. 매우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도 일상적인 사고방식 안에 가두어 놓지 않는다. 개구리와 두꺼비들이 날아다닌 것처럼 상상은 상식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고 유머러스하게 날아다닌다.

개구리와 두꺼비 들이 벌이는 한밤중의 비상은 곧 주인공의 교체다.

그들이 누비는 마을은, 낮에는 사람들(개도 포함해서)의 활동 무대다. 하지만 이 마법이 걸린 동안만큼은 온 마을의 허공과 빨랫줄의 빨래와 심지어는 어느 노부인의 거실 텔레비전조차도 개구리와 두꺼비 들 차지다. 평소엔 위험천만한 상대인 덩치 큰 개도 혼내주는 등, 신이 나서 돌아다니는 개구리와 두꺼비 들. 그들의 모습은 평소 어른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 중심이 되어 마음껏 날아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을 나타내는 듯하다. 개구리와 두꺼비가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장난기 있게 표현된 그들의 표정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동이 틀 무렵 마법은 풀리고 개구리와 두꺼비들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연못에 앉아 있다. 마치 현실은 현실이라는 듯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하지만 역시 마법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 주 화요일 8시, 이번에는 또 다른 동물이 상식의 경계를 넘는 비행을 시작함으로써 다시 한 번 주인공의 교체를 예고한다.

 

글자 없는 책

 

이 책에는 글이 거의 없다. 하지만 글은 없어도 이야기는 있기 때문에 독자는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이해한다. 그만큼 이 이야기의 구성과 그림의 연결 고리는 튼튼하다. 또한 마치 만화나 영화의 스토리 보드처럼 사건의 전개를 보여주는 사실적인 그림은 독자들을 상상하기 힘든 사건 속으로 보다 실감나게 안내해 준다.

아이는 그림만 보고 이야기를 읽어 내야 한다. 구체적인 언어 표현이 없는 각 장면을 보고 나름의 논리와 표현을 써서 이야기를 전개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읽는 사람마다 다른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설명하는 것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논리력과 표현력 연습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데이비드 위즈너

 

데이비드 위스너는 미국 뉴저지 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선사시대와 공룡 등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마치 선사시대 사람들이 사냥할 동물을 동굴 벽에 그렸듯이, 위즈너도 공룡들의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특히 백과사전을 보며 사전에 나온 그림처럼 공룡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연습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열망은 미켈란젤로, 다 빈치, 뒤러 등의 르네상스 미술을 접하며 더욱 커졌고, 이후 마그리트, 달리 등의 초현실주의 미술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어 상상력이 넘치는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위즈너가 말없는 이야기 서술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로, 이때부터 친구들과 함께 무성 영화를 만들기도 하고 대사 없는 만화도 그리기 시작했다. 그 후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학교에서 일러스트로 학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기발한 상상력을 키우는 작업을 계속했다.

 

『자유 낙하(FREE FALL)』로 1989년 칼데콧 아너 상을 받은 위즈너는 1992년 이 책으로 첫 번째 칼데콧 상을 받았으며, 2002년 『세 마리 돼지(THE THREE PIGS)』로 두 번째 칼데콧 상을 수상했다. 이밖에도 『메스꺼운 용(LOATHSOMEDRAGON)』, 『제7 구역(SECTOR 7)』, 『허리케인(HURRICANE)』 등의 작품이 있다. 이제 위즈너는 ‘꿈같은 상상력이 넘치는’ 말없는 그림책의 작가로 통한다. 현재 그는 아내와 아들딸과 함께 필라델피아에서 살며 일러스트 일을 하고 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