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림책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서_모리스 센닥(2015)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서

모리스 센닥

시공주니어, 2015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썼던 작가의 또 다른 그림책이다.

이전 그림책을 너무 재밌게 봐서 다른 책도 찾아봤는데,

이미 유명한 작가이기 때문에 꽤 다양한 책이 번역돼 있었다.

모리스 센닥의 책은 단순한 것 같지만 평범하지 않고,

글과 그림이 너무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https://blog.naver.com/gumyoun2/221851937533

 

괴물들이 사는 나라_모리스 센닥(시공주니어, 2017)

꽤 유명한 그림책 중 하나다.1994년 번역됐으니 20년 넘게 읽히는 거다.90년대 우리나라의 동화는 대체로교...

blog.naver.com

 

작가 개인의 어린 시절 누나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을 돌보는 언니 누나들이 예전에는 많았으니까.

그리고 단란한 가족을 위협하는 존재들이 나오는데,

고블린이라는 침입자, 아빠의 일, 엄마의 무기력 등등.

작가의 책에서는 ‘어른’이 무기력하고 무기력하게 그려진다. 

글의 시작부터 아빠는 배를 타고 멀리 떠난다.

 

그리고 엄마는 그늘 아래서 무력하게 아빠를 기다릴 뿐이다.

작가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이었나 보다.

부모님을 대신해 어린 아이다는 동생을 보살핀다.

 

 

무력한 엄마와 우는 동생을 안고 있는 아이다,

왼쪽에 사다리를 들고 가는 기분 나쁜 존재들이 보인다. 

 

 

사다리를 들고 가던 존재는 고블린.

우리나라의 ‘도깨비’와 비슷한 존재인데,

악당 보다는 악동의 느낌인 것 같다.

아무튼 나팔을 불런 아이다 몰래 동생을 데려간다.

 

 

아이다는 고블린이 두고간 어름 인형을 안고 있다가,

뒤늦게 동생이 없어진 걸 알아챈다.

뒤로 보이는 창문,

배가 스르륵 침몰하는 게 보인다.

뭔가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

나는 이걸 보고 아빠가 어떻게 됐나, 생각했다.

 

 

아이다는 용감하게 엄마의 가운을 걸치고 동생을 찾아간다.

전체 배경이 어딘가 음울하면서도 다양한 풍경을 보여준다.

갇힌 아기, 동굴을 지키는 고블린 등등.

어른들은 하나같이 무력하고 의지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나팔을 불어 고블린의 정신을 쏙 빼놓고,

드디어 동생을 찾은 아이다.

고블린이 아기의 모습인 것도 의외이다.

대체 어른들은 어디서 뭘 하는지... 

 

 

 

동생과 함께 온 아이다.

엄마는 아빠가 보냈다는 편지를 읽어준다.

아빠도 아이다에게 엄마를 부탁하고 있다.

ㅋㅋㅋㅋ 뭐랄까, 엄마가 너무 일상적이지 않다.

전작에서도 아이는 어른과 어딘지 단절돼 있다.

아이들과 어른의 세계에는 보이지 않는 막이 있는 것처럼,

그리고 어른들의 세계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마냥 행복한 동화책과 반대에 위치한 책이다.

어딘가 암울한 것 같지도 하지만

아이들만은 나약하지만 용감하고 긍정적이다. 

 

판타지 속에 담겨 있는 슬픈 현실의 단면

 

실제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만큼 작품 속에는 실제 유괴 사건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요람에서 사라진 아기, 창문에 놓인 사다리를 통해 들어온 침입자, 먼 곳으로 떠난 아빠 등이 그러하지요. 특히 사다리를 타고 집 안에 몰래 들어와 아기를 데리고 사라지는 고블린은 현실 속 유괴범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샌닥은 혼란스럽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동생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이다의 모습을 통해 숭고하고 애절한 가족의 사랑을 절실히 보여줍니다.

또한 작품 속에는 샌닥의 어린 시절 경험들도 함께 녹아 있습니다. 샌닥은 어린 시절 바쁜 부모님을 대신하여 자신을 보살피던 누나에 대한 애정을 아이다를 통해 드러내지요. 상심에 빠진 엄마를 대신하여 동생을 안아 주던 아이다, 사라진 동생을 찾기 위해 홀로 먼 길을 떠나는 아이다, 위험에 빠진 동생을 구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다의 모습 속에는 모리스 샌닥의 누나가 그에게 쏟았던 사랑과 책임, 그리고 누나를 향한 샌닥의 애틋한 마음이 깃들어 있습니다. 

샌닥은 “내게 재주가 있다면 그림을 잘 그리거나 글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 내가 들었던 소리, 느꼈던 감정과 보았던 이미지 같은 감성적인 부분들을 다른 사람보다 더 잘 기억해 내는 것이다.”라는 말로 어린 시절의 다양한 경험들이 그의 작품의 토대가 되었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찰스 린드버그의 아들은 결국 부모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지만, 작품은 아이다와 어린 동생이 평온한 가정 속에서 행복을 만끽하는 모습으로 끝이 납니다. 이는 현실과는 다른 결말을 통해 비극적인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고자 한 샌닥의 따스한 배려일 것입니다. 

 

모리스 샌닥의 정성과 열정이 배어 있는 글과 그림

 

작품 속 그림에는 등장인물의 심리와 상황이 함축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창가에 피어 있는 해바라기와 장미는 아이다의 속마음을, 창문 밖 먼 바다의 거센 풍랑은 아이다가 처한 비극적인 상황이 얼마나 처참한지를 보여 주지요. 때문에 독자들은 글뿐만 아니라 그림을 통해서도 작품의 분위기와 전개 방향을 짐작하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감상 할 수 있습니다.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서》는 모리스 샌닥이 5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입니다. 샌닥은 이 작품에서 다른 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그림들을 선보였습니다. 19세기 독일에서 유행하던 낭만주의 사상과 르네상스 풍의 그림들이 샌닥에게 영향을 주었고, 특히 독일 낭만주의 시대에 활약했던 그림 형제의 작품들은 그가 이 작품을 완성하는 데 큰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작업한 그림만큼이나 글 속에도 샌닥의 많은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특유의 운율감이 담긴 글은 신비로운 전설의 한 대목을 읽는 듯한 아름다움과 비장함을 담고 있어 깊은 울림과 여운을 줍니다. 샌닥은 《OUTSIDE OVER THERE》라는 원제를 짓기까지 100번이 넘는 수정을 반복하며 제목 속 단어 하나하나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이는 작품에 대한 샌닥의 정성과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예스24 제공]

 

모리스 센닥

 

모리스 샌닥은 1964년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칼데콧 상을 받았으며, 1970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1983년 미국 도서관협회가 수여하는 로라 잉걸스 와일더 상을 받았습니다. 1996년에는 미국 예술 분야에 세운 공로를 인정받아 국가예술훈장을 받았으며, 2003년 스웨덴 정부가 제정한 국제 어린이 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의 첫 번째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작품으로 《괴물들이 사는 나라》, 《깊은 밤 부엌에서》, 《범블아디의 생일 파티》, 《토끼 아저씨와 멋진 선물》, 《아주 머나먼 곳》, 《로지네 현관문에 쪽지가 있어요》, 《나의 형 이야기》 들이 있습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