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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누구나, 외갓집은 정말 좋아!_사카베 히토미(2019)

외갓집은 정말 좋아!

사카베 히토미

웃는돌고래, 2019

 

제목이 책의 내용을 모두 말하는 책이다.

“외갓집은 정말 좋아!”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어린 시절에 갔던 외갓집이 생각났다.

외갓집에 가면 한 가족이 모두 한 방에서 잤다.

우리는 보통 할머니 방에서 잤는데,

그때가 유일하게 온 가족이 한 방에서 잔 때인 것 같다.

생각해 보니 그랬구나, 싶었고

일본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신기했다. 

 

우선, 외갓집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고,

시댁식구와 만나면 엄마가 내내 쉬지 못하지만

외갓집에서는 다들 공평하게 쉬는 것도 같다.

그러니 엄마들을 생각하면 외갓집만한 곳이 없는 거다.

 

 

이렇게 한 가족이 좁은 한 방에 모여서 잔다.

이불 색도 추억이 돋는다.

왜 외갓집 이불은 저렇게 두꺼웠는지...참 포근했다.

 

 

하루가 길고, 별것도 아닌 일이 재밌고 그랬다.

외갓집에 논이 얼면 썰매도 타고,

뒷산에서 가마니 깔고 눈썰매도 타고,

우리는 모든 게 좋았는데, 사촌들은 시시해하고...ㅋ 

 

 

온 가족이 복닥거릴 수 있었다.

책에서는 엄마가 어린 시절 입던 옷을 꺼내

딸에게도 입히고 한다.

그렇게까지는 아니었지만,

사촌 옷을 빌려 입기도 하고 그랬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모두가 육아에 동참한다.

이것 또한 외갓집 매직.

시댁에서는 왜 남자들이 꼼짝 않는지 모르지만...

이젠 좀 변했으려나.

제목부터 그림, 내용 모든 것에서 추억을 꺼낼 수 있다. 

 

 

어떤 순간을 활짝 펼쳐 보여주는 것 또한 그림책의 매력이다.

어찌 보면 대단한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얘기니까,

그만큼 따뜻하고 기분이 좋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겠지만 충분히 좋다.

 

여름방학엔 외갓집이지!

 

방학만 되면 시골집으로 가는 것이 당연하던 시절이 있었다. 잘 익은 수박과 참외를 따 먹고, 냇가의 물고기를 잡거나, 돌로 징검다리를 놓으며 한 시절을 보내고 나면 아이들은 훌쩍 자라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 시골집은 깊은 산골이기도 했고, 파도치는 바닷가이기도 했고, 때로는 작은 읍내이기도 했다. 아이들을 넉넉하게 품어 주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는 곳은 어디든지 고향 같았다. 

그중에서도 외갓집은 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따뜻함을 품고 있었다. ‘외갓집’이란 말에는 그리움이, 자글자글한 주름투성이 손으로 옥수수수염을 벗겨내던 외할머니의 애틋함이, 어린 시절의 엄마를 담뿍 감싼 포근함이 담겨 있다. 

지금의 아이들은 방학이 되어도 그렇게 갈 곳이 없다. 농경 인구의 절대적인 숫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외갓집’이라는 말에 담긴 따뜻함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한 호기심과 설렘은 여전하다. 그 아름다웠던 시간에 대한 감사를 담아 만든 그림책이다. 

 

바다 건너의 여름 이야기

 

사카베 히토미 작가는 고등학생 때 한국으로 건너왔다. 한국 남자와 결혼하고 아이들 낳고 일을 하는 동안, 일본에 있는 친정집은 언제나 그립고 따뜻한 곳이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방학마다 외갓집에 갔다. 아이들은 바다 건너 외갓집에서 보내는 하루하루에 환호했고, 엄마에게 그 마음을 고스란히 전했다. 작가는 아이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었고, 그림과 함께 보니 저절로 그림책이 되었다. 따지고 보면 외갓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이곳’에서의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이다. 그런데도 외갓집에서 먹고, 자고, 노는 시간은 어째서인지 더 신나고 비일상적이다. 그림책을 펼쳐보면 누구라도 그 까닭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안의 그리운 공간을 불러오는 따뜻한 그림책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사카베 히토미

 

어릴 적 그림책을 즐겨 보다가 그림책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림책 작가가 되기까지와 그 이후의 삶에 관한 에세이 《그렇게 삶은 차곡차곡》을 쓰고 그렸습니다. 가나(?名)를 소재로 한 문자 그림책 《히토미의 수채화로 만나는 히라가나 가타카나》, 그림 일기 형식의 육아 에세이 《아이와 나》를 지었습니다. 그림을 그린 책으로는 《책 짓기》, 《앞니가 흔들흔들》, 《내가 엄마 해야지》등이 있습니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